KDP
사람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자리가 있습니다. 카페 한 구석, 반복해서 걷는 산책길, 혹은 빛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창가. 책도 그렇습니다. 아무리 잘 만든 책이라도 제자리에 놓이지 않으면 발견되지 않습니다. 카테고리는 책이 서 있을 ‘자리’를 정하는 과정입니다. 아마존은 하루에도 수천 권의 책이 올라오고, 독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책을 찾기 위해 검색과 카테고리를 오갑니다. 카테고리가 정확할수록 책은 더 빨리, 더 정확하게 독자에게로 갑니다. 카테고리는 단순한 분류가 아니라 책을 보아주는 사람을 찾아가는 길입니다.
KDP에 책을 올릴 때 보이는 카테고리는 제한적으로 보이지만, 실제 선택할 수 있는 카테고리는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. 등록 화면에서 보이는 목록은 일부에 불과하고, 아마존은 세부 카테고리를 훨씬 깊게 나눕니다. 예를 들어, ‘self-help’라는 큰 카테고리가 있다면, 그 안에는 ‘self-esteem’, ‘stress management’, ‘journal writing’ 같은 세부 항목이 존재합니다. 누구에게나 자신의 이야기가 닿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작은 서가들입니다. 카테고리를 선택하는 일은 마치 독자를 대신해 서점 안을 걸으며 “이 책은 여기 두면 좋겠다”고 고르는 순간과 닮아 있습니다. 책을 쓰면서 들였던 정성만큼, 책이 서 있을 자리를 찾는 시간에도 마음을 기울여야 합니다.
카테고리를 잘 선택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직접 아마존에서 비슷한 책을 찾아보는 것입니다. 내가 만든 책과 가장 닮은 책을 검색하고, 상세 페이지의 Product Details 아래에서 그 책이 어떤 카테고리에 속해 있는지 살펴봅니다. 카테고리를 따라가 보면 독자가 어떤 길을 걸어 그 책에 다다르는지 상상할 수 있습니다. 여기에 하나 더, 경쟁이 너무 치열한 카테고리에 머물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. 무조건 큰 무대가 좋은 것이 아니라, 나를 온전히 봐주는 무대가 필요합니다. 베스트셀러가 가득한 카테고리보다 조금 더 세밀하고 특정한 곳을 선택할 때 책은 더 높은 노출 기회를 얻습니다. 작은 서가에 놓인 책 하나가 오히려 더 많은 시선을 받는 이유는, 독자가 그 공간에서 자신을 더 잘 발견하기 때문입니다.
책이 가야 할 자리를 찾을 때 저는 늘 이런 생각을 합니다. 우리가 책에 투자한 시간과 마음은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소중한 수고라는 것을요. 도구는 비즈니스 같지만 그 안에는 우리의 진심이 있습니다. 어떤 분들은 자신의 삶의 아픔을 다듬어 글로 만들고, 누군가는 경험을 정리하여 누군가에게 길을 내어 줍니다. 카테고리는 그 마음이 헛되지 않도록 돕는 구조입니다. 책을 가장 잘 알아볼 독자에게 다다를 수 있도록 자리를 정해 주는 일. 그 자리를 찾는 과정은 우리의 걸음을 천천히 멈추게 하고, 묵상하게 합니다. “내 책이 아니라, 누군가에게 필요한 책이 될 수 있을까?” 그 질문을 붙들은 마음은 반드시 누군가에게 닿습니다.
정리하자면, 카테고리는 책을 보이게 하는 전략입니다. 아마존에서 비슷한 책을 살펴보고, 과하게 큰 카테고리 대신 세부 카테고리를 선택하고, 독자가 걸어올 길을 상상하는 것. 책은 그 길을 따라 독자에게 갑니다. 책의 자리가 정해지면, 비로소 책은 ‘발견되는 존재’가 됩니다. 우리는 다만 그 자리를 찾아주는 사람일 뿐입니다. 책을 쓴 수고를 하나님께 맡기듯, 결과도 맡겨 보기를 바랍니다. 우리가 할 일은 성실하게 자리를 마련하는 것, 보이게 하는 것, 그리고 기다리는 것입니다.